작성일 : 20-04-09 16:11
주님 만찬 성목요일 강론 (양명식 대건안드레아 보좌신부님)
 글쓴이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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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만찬 성목요일 강론 (양명식 대건안드레아 보좌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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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신학 대학원을 다니던 시절, 하루는 영성 면담 신부님과 어떻게 기도하고 있는가?’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신부님께서는 저에게 기도 중에 뜬구름을 잡듯이 추상적으로 기도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기도하라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그리고나서 신부님께서는 이건 내가 이만큼 한다고 자랑하는게 아니라, 영적 동반자로서 너에게 하나의 예시로서 이러한 방법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야라고 하시면서 스마트폰을 꺼내셨습니다. 그리고 폰 안에 저장되어있는 여러 메모들 중 하나를 보여주셨습니다. 신부님께서 보여주신 그 메모 안에는 그동안 신부님께 기도를 청한 모든 이들 그리고 신부님께서 기도해주겠다고 약속하신 모든 이들의 이름들이 적혀 있었습니다. 또한 특별히 신부님께서 지향을 두시고 기도하시는 사람들의 이름들 또한 적혀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하나하나 기억하시며 우리에게 자비와 사랑을 베푸시는 것처럼, 제 영성 면담 신부님께서는 예수님의 모범을 따르고 계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시는 모습을 통해, 그분께서 우리 하나하나를 사랑하신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주님께서는 발 씻김의 예식을 통해 열두 제자들의 영육을 깨끗하게 만드실 뿐만 아니라, 사랑으로 그들 존재를 감싸 안으셨지요. 오로지 사랑만이 가득한 손길로 제자들의 발을 어루만지셨고, 오로지 사랑밖에 없는 눈길로 그들을 바라보시며, 오로지 사랑으로 가득 찬 당신의 존재 속에 그들 하나하나를 새기셨습니다. 이러한 주님의 사랑이 그분의 제자들인 우리에게도 지금, 여기에서 베풀어지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주님께서 우리 하나하나를 기억하고 계십니다. 그분 사랑 안에서 우리는 숨 쉬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주님께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 존재들인지 깊이 새겨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특별히 이 거룩한 날에 주님의 사랑을 기도 안에서 이웃들에게 전해보면 좋겠습니다. 제 면담 신부님께서 메모를 보여주셨던 그 날 이후, 저는 당신을 위해서 기도하겠습니다.”라는 말의 무게를 항상 느끼고 살고 있습니다. 이 말은 결코 쉽게 말할 수 있는 가벼운 말이 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받은 주님의 사랑을 온전히 품고, 구체적으로 한분 한분을 기억하며 기도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둔산동 교우 여러분, 여러분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을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우리 함께 서로를 기억하며 기도하였으면 좋겠습니다. 분명 그 기도 안에서 주님의 사랑이 우리와 함께 머무를 것입니다. 아멘.

- 양명식 대건안드레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