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우리가 겪는 고통과 상처 때문에 마음의 문을 굳게 닫고 있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 상황일 때, 우리는 주님께서 마련해주신 큰 자비와 사랑의 선물들을 바라보지 못하게 되지요.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기 전의 토마스 사도 모습이 이러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토마스는 자신의 모든 희망과 기대를 걸고 따랐던 분께서 당신의 반대자들을 물리치시고, 당당하게 승리하실 줄 알았을 것입니다. 그는 주님께서 이렇게 허무하고 참혹하게 십자가에서 돌아가실 줄은 예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수난과 죽음에 대한 예고를 몇 번이나 예수님의 입을 통해 직접 들었지만, 그것이 눈앞에 닥쳐오니 토마스의 믿음은 허물어져 버립니다. 참된 생명과 진리를 맛볼 수 있으리란 희망은 거품처럼 사라져버렸고, 앞으로 어디서 삶의 목적을 찾아 나가야 할 지 혼란스러웠을 것입니다. 주님께 걸었던 희망과 기대가 컸던 만큼, 그분을 철저하게 잃어버린 상실감과 허무함은 그에게 큰 상처로 남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부활하신 주님을 뵈었던 다른 제자들의 증언조차도 토마스에게 아무런 변화를 일으키지 못하지요.
인간의 모든 상처와 아픔, 죄를 끌어안으며 스스로 고통과 상처를 받아들이셨던 예수님께서는 상처 입은 토마스를 만나러 오십니다. ‘문이 다 잠겨 있어도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만나러 오시고’ (요한 20:26), 토마스의 상처는 부활하신 예수님의 상처 안에 담긴 자비와 사랑으로 낫게 됩니다. 참 생명을 소망했던 토마스는 진정으로 참 생명 그 자체를 마주하게 되었고, 마음 깊숙한 곳으로부터 솟아오르는 기쁨으로 가득 차 이렇게 외칩니다.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
삶의 여정 속에서 다가오는 고통과 상처를 마주하고, 마음의 문을 닫고 있는 우리에게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다가오십니다. 문이 아무리 굳게 닫혀 있어도 그분께서는 제자들에게 그러하셨던 것처럼 우리를 찾아오시고, 우리와 항상 함께하십니다. 희망과 기쁨을 잃어버리고, 아픔에 신음하고 있는 이들을 참 생명으로 이끄시는 주님께 우리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열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당신께서 함께하고 계심을 내가 더욱 깊이 깨닫게 해달라’고 주님께 기도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분명 우리는 그분께로부터 오는 사랑과 기쁨으로 가득 차 토마스처럼 외칠 수 있을 것입니다.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 당신은 정녕 생명의 빛입니다! 당신을 통하여, 당신과 함께, 당신 안에서 저는 그 빛을 받고 있습니다.”